立春 입춘


입춘 아침 

할아버지는 사립 문설주에도 

햇발 안 드는 뒤안 장지문에도 

입춘방을 붙이셨다. 


응달에는 눈이 쌓여 

할아버지의 흰머리만큼이나 근심스러운데 

마른 가지는 겨울바람이 남아 

할아버지의 손등만큼이나 앙상한데 

입춘방을 붙이셨다.


둘러보아도 

봄소식은 알 길 없고 

풀 그릇을 들고 종종거리다가 

나는 보았다 

하얀 수염 사이 

어린아이 같은 할아버지의 웃음 

봄이 오고 있음을 보았다


(정군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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