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병말마 (厲兵秣馬 숫돌 려, 병장기 병, 말먹이 말, 말 마)


이 고사는 좌씨전의 희공(僖公) 33년 조에 실려 있다.

춘추시대의 진(秦)나라 목공은 진(晉)나라 문공과 연합하여 정나라를 공격하였다.

정나라 문공은 대부 촉지무를 파견하여 진목공을 설득하였고, 이에 진나라는 대부 기자를 비롯한 일부만 정나라에 남겨두고 철수하였다.

2년 뒤에 기자는 진목공에게 정나라의 상황을 보고하는 밀서를 보내, 정나라의 방비가 허술하며 자신들이 북쪽 성문을 장악하였으니 기습공격을 펼친다면 정나라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 진목공은 절호의 기회라 여기며 군대를 이끌고 정나라로 진군하였다.

진나라 군대가 정나라 근처에 이르렀을 때, 현고라는 정나라 상인이 이를 목격하였다. 현고는 짐승 가죽 4장과 소 12마리를 끌고 가서 진나라 군대의 노고를 위로하는 한편, 급히 사람을 보내어 정목공(문공의 아들로 아버지를 이어 즉위함)에게 진나라의 진군 소식을 알렸다. 정목공은 진위를 파악하기 위하여 기자 등이 묵고 있는 숙사로 사람을 보내 동태를 살펴보도록 하였다. 그랬더니 그들은 수레에 실을 짐을 묶어 놓고, 병장기를 갈고 말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었다 則束載厲兵秣馬矣. 이런 보고를 들은 정목공은 그들이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정목공은 황무자를 기자에게 보내 정나라에서 진나라의 기습 계획을 이미 알고 대비한 것처럼 꾸미게 하였다. 기자 등은 이에 속아 넘어가 계획이 탄로 났다고 여기고는 정나라에서 도망쳤다.

진(秦)나라 군대는 공격을 포기하고 회군하는 길에 진(晉)나라의 기습을 받아 전멸 당하였다.

여기서 유래하여 여병말마(厲兵秣馬)는 ‘병장기를 날카롭게 갈고 말을 먹여 살찌우다.’라는 뜻으로, 전쟁 준비를 다 갖추었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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