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학려 (風聲鶴唳 바람 풍, 소리 성, 학 학, 울 려)


진서(晉書)의 사현재기(謝玄載記)에 다음의 이야기가 나온다.

동진 효무제 때에 전진(前秦)의 3대 임금인 부견이 100만 대군을 이끌고 동진을 공격해왔다. 동진에서는 재상 사안이 동생 사석과 조카 사현에게 8만의 군사를 주고 나가 싸우게 했다. 양쪽 군대는 회수(淮水)와 비수가 만나는 수양에서 대치하고 있었는데, 부견은 동진의 진영이 질서가 정연하고 병사들이 용감한 것을 보고 휘하의 제장(諸將)에게 “전군을 약간 후퇴시켰다가 적군이 강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 돌아서서 반격을 가하라.” 고 명령했다. 그러나 이는 부견의 오산이었다. 일단 후퇴 길에 오른 전진군은 반격은 커녕 멈추어 설 수조차 없었다. 후퇴를 개시하고 선봉군이 강을 건너 되돌아오기 시작하자, 후미의 전진군은 선봉군이 싸움에 패해 물러나는 것으로 오인하고 앞을 다투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무사히 강을 건넌 동진군은 사정없이 전진군을 들이치니, 대혼란에 빠진 전진군은 아군이 적군으로 보이는 혼란 속에 서로 짓밟으며 달아나다 물에 빠져 죽는 자가 부지기수였다. 겨우 목숨을 건진 남은 군사들은 갑옷을 벗어던지고 밤을 새워 달아났는데, 얼마나 겁에 질렸던지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소리 風聲鶴唳’만 들려도 동진의 군사가 뒤쫓아 온 줄 알고 도망가기 바빴다 한다.

‘풍성학려’가 청각적인 착각이라면, 적을 두려워한 나머지 온 산의 초목까지도 모두 적군으로 보인다는 뜻의 초목개병(草木皆兵)이라는 말은 시각적인 착각을 말하는 것으로, 같은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여기서 우래한 풍성학려(風聲鶴唳)는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소리’라는 뜻으로, 겁을 먹은 사람이 하찮은 일이나 작은 소리에도 몹시 놀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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