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제인 (先發制人 먼저 선, 필 발, 제압할 제, 사람 인) or 선즉제인 (先則制人 곧 즉 則)

사기의 항우본기에 나오는 말이다.


진(秦)나라의 시황제가 죽고 그의 아들인 호해가 즉위한 7월에 진시황 이래 계속되는 폭정에 항거하여 대택향에서 900명의 농민군을 이끌고 궐기한 날품팔이꾼 진승과 오광은 단숨에 기현을 석권하고 하남성의 회양에 입성했다. 이어 이곳에 장초라는 나라를 세우고, 왕위에 오른 진승은 옛 6개국의 귀족들과 그 밖의 반진(反秦) 세력을 규합하여 진나라의 도읍 함양을 향해 진격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강동의 회계태수 은통은 군도(郡都) 오중의 유력자인 항량을 불러 거병을 의논했다.

항량은 진나라 군사에게 패사(敗死)한 옛 초나라의 명장이었던 항연의 아들인데, 고향에서 살인을 하고 조카인 항적(籍 항우의 옛 이름)과 함께 오중으로 도망온 뒤 타고난 통솔력을 십분 발휘하여 곧 오중의 실력자가 된 사람이다.

회계 군수 은통은 항우의 숙부인 항량에게 “강서 지방은 모두가 반란을 일으켰으니, 하늘이 진나라를 멸망시키려는 때가 온 것이오. 내가 들으니, 먼저 행동하면 남을 제압하고, 나중에 행동하면 남에게 제압당한다고 하더이다 吾聞先卽制人, 後卽爲人制人. 내가 군대를 일으키려 하니, 그대와 환초를 장군으로 삼으리다.”라고 하였다. 이때 환초는 도망쳐 택중에 있었다.

항량은 “환초가 도망친 곳을 아는 사람은 오직 내 조카인 항적(항우)뿐입니다.”라고 말하고는 밖으로 나와 항우에게 칼을 들고 문 밖에 대기하라고 일렀다. 그러고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 은통과 대좌한 뒤 “항적을 불러 환초를 부르라는 명을 받들게 하시지요.”라고 말하니, 은통이 응낙하였다. 항량이 항우를 불러들인 뒤 눈짓을 하며 “쳐라”하고 말하자, 항우가 칼을 뽑아 은통의 머리를 한 칼에 베어 버렸다. 항량은 군수인 은통의 머리를 들고 그의 인수(印綏)를 차고 나왔다. 이에 은통의 부하들이 크게 놀라 우왕좌왕하니, 항우가 베어 죽인 자가 100명에 가까웠다. 그러자 관아의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며 엎드려서는 감히 일어서지 못하였다.

이후 항량은 스스로 회계의 태수가 되어 은통이 거느리던 군사 8천 명을 이끌고 함양으로 진격하던 중에 죽었다.

한서(漢書)의 진승항적전(陳勝項籍傳)에는 항량이 은통에게 “먼저 행동하면 남을 제압하고, 나중에 행동하면 남에게 제압당한다 先發制人, 後發制於人.”라고 말한 것으로 실려 있다.

선즉제인(先則制人)은 상대편이 준비하기 이전에 선수를 쳐 대세를 장악한다는 뜻이며, 여기서 유래하여 선발제인(先發制人) 은 남보다 먼저 일을 착수하면 반드시 남을 앞지를 수 있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즉, 선수를 치면 상대편을 제압할 수 있다는 뜻으로, 기선을 제압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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